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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ions/책(Book)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안녕하세요~!

오늘은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프라하의 봄!! (The spring of the Prague)로 유명한

책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작가인데요.

밀란 쿤데라만의 표현력과 메타포 섬세함 밀란쿤데라만의 필력은

[군계일학]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알랑드 보통(Alain De Botton)[스위스 작가]편을 봤는데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저자로 유명하지요.

알랑드 보통이 추천하는 책 중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있더라구요.

책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뭔가 이 책을 정말 읽고 싶어졌고 호기심이 가득해졌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상상력과 창의적인 생각들 그리고 섬세한 표현에 자신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렸지요.

책의 주제와 배경은 간단합니다.

책의 배경, 주 무대는 체코이고, 

1968년 프라하의 봄.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사랑은, 오늘날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과 다름 없습니다.

토마스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토마스에게 테레자는 무거움이고

사비나는 삶의 가벼움입니다.

토마스는 무거움과 가벼움의 사이를 오가며 

삶이 가지는 여러가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남녀 사이를 토대로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논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인생에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대입해보니

책의 내용이 훨씬 더 재밌어지더군요.....!!

체코의 아픈 시절의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도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너무도 재밌게 적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밀란쿤데라의 엄청난 표현력입니다.

메타포라던가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단어들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위스 작가 알랑드 보통의 책을 보면 뭔가 밀란 쿤데라의

느낌이 비스무리하게 나더군요.... 물론 밀란 쿤데라에 비적하지는 못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나오는 인상 깊은 메타포나 표현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경우에는 짧은 문장에도 이목이 확 집중되게 끔 하는 표현력과 힘이 있다면

밀란 쿤데라에게는 문장을 이어가면서 디테일하게 풀어나가며 문장을 상상하게 하는 

그런 표현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책에 나오는 표현들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셰익스피어 - 햄릿(28p)

 

"제가 입은 봉사와 충성의 은혜는 실천으로 갚습니다.

폐하의 역할은 존경받는 것이고, 저희들의 도리는 자식과 하인처럼 왕권과 왕위를 위하고 폐하의 안위에

필수적인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 - 로미오와 줄리엣(36p)

 

로미오 : "천하디 천한 이손으로 이 거룩한 성당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라면, 그 죄의 보상으로 내 입술이 낯을 붉힌 두 순례자처럼 대기하고 섰다가 점잖게 키스하여 그 추한 흔적을 씻고자 하오"

줄리엣 : "착한 순례자님, 그건 당신 손에 너무나 욕이 되어요. 당신 손은 그처럼 점잖게 신앙심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성자의 손은 순례자가 손을 갖다 대자는 것이고,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는 것이 거룩한 순례자의 키스가 아닌가요."

로미오 : "성자나 거룩한 순례자에게도 잆술이 있잖소."

줄리엣 : "아이 순례자님, 그것은 기도를 올리자는 입술이에요."

로미오 : "아, 그럼 성녀님, 손으로 하느 키스를 입술로 하게 해주시오. 입술이 기원하니 허락해 주시오.

신앙이 절망으로 변하면 안 되니까요"

줄리엣 : "성자의 마음은 동하지 않아요. 비록 기원을 들어주는 일은 있더라도"

로미오 : "그럼, 동하지 말고 계시오. 내 기원의 보람을 받으리라. 이렇게 당신의 입술로

내 입술의 죄를 씻어지는구려.(키스한다)"

줄리엣 : "그럼, 제 입술이 그 죄를 짊어질게요."

로미오 : "내 입술에서 죄를? 아, 얼마나 달콤한 꾸짖음인가! 죄를 돌려주오.(키스한다.)"

줄리엣 : "키스에도 이유를 붙이시네요."

 

이정도만 보시면 셰익스피어의 느낌을 아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밀란쿤데라의 표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31P)

 

토마시는 사랑과 성행위는 서로 다른 두 세계라는 생각을 그녀에게 이해시키려고 끊임 없이 노력했다.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지금 그녀는 털끝만치도 호감이 가지 않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들과 잠자리를 함께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녀는 적어도 애교라는 보장 없는 약속의 형식으로나마 이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오해하지 말자. 토마시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미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찾는 것이다. 이 출구가 그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도 그녀는 안다. 그녀는 세상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매사를 비극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육체적 사랑의 가벼움과 유쾌한 허망함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가벼움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80p)

 

그녀의 눈앞에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밭고랑 사이를 뛰어가는 토끼, 초록색 펠트 옷을 입은 산지기, 숲 위로 솟은 교회 종탑. 그녀는 우리 두 사람이 프라하를 떠나야만 한다고 토마시에게 말하고 싶었다. 까마귀를 산 채로 땅에 묻어 버리는 아이들, 경찰들, 우산으로 무장한 여자들로부터 멀리 떠나야만 한다고. 그녀는 시골로 가서 살아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밀란 쿤데라의 writing 스타일을 보면 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상당히 자세하게 하는 편이다. 그리고 섬세하고 여러 단어들의 결합으로 이루어내는 문장은 덤이다. 밀란쿤데라에게는 글을 읽으면서 글의 내용을 상상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책이 내게 충격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자세하고 섬세하고 정확하게 글로 풀어내는 작가를 내가 처음 만나 봤기 때문이다. 그 전에도 여러 작가의 책을 읽었지만 밀란 쿤데라의 책 만큼 내 머릿속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글은 본 적이 없었다. 단연코 내 인생 최고의 책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